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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알코올 맥주는 누가 마시나] MZ세대 선호와 홈술 바람에 ‘취하는 틈새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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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판매 가능해 e커머스 구매율 높아… 5년 내 2000억 규모 전망 오비맥주의 비알코올 맥주 ‘카스 제로(0.0)’가 쿠팡 입점 일주일 만에 ‘완판’됐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11월 말 쿠팡에서 카스 제로를 판매한지 7일 만에 초도물량 5282박스가 모두 팔렸다고 밝혔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대형마트를 시작으로 다양한 채널을 통해 마케팅 활동을 펼쳤는데, 특히 e커머스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며 “비알코올 음료에 대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의 선호가 특히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카스 제로는 알코올 도수가 0.05% 미만으로, 정확히 ‘비알코올’ 맥주다. 무알코올 맥주를 표방한 ‘하이트제로 0.00’이나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가 0.001%의 극소량의 알코올을 함유한 것과 달리 카스 제로는 소량이지만 알코올이 함유된 비알코올 맥주를 지향하는 것이 특징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일반 맥주와 같은 원료를 사용하고, 동일한 발효 및 숙성 과정을 거친 후 마지막 여과단계에서 ‘스마트 분리공법’을 통해 알코올만 추출했다”며 “알코올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맥주가 맥아 엑기스향만 첨가해 맥주 맛을 느끼기 힘든 것과 달리 우리 제품은 오리지널 맥주 고유의 맛을 그대로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 지방·콜레스테롤 0%로 젊은층에 인기 국내 주세법상 알코올 함량 1% 미만일 경우 무알코올 음료에 해당된다. 이 안에서 알코올이 전혀 없는 ‘무알코올(Alcohol Free)’과 1% 미만 알코올이 들어간 ‘비알코올(Non Alcoholic)’로 구분한다. 알코올 함량 1% 미만의 무알코올 맥주는 일반 주류보다 가격이 20~30% 저렴하고, 통신 판매가 가능하다. 카스 제로를 쿠팡 등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는 이유다. 단 성인용 음료로 분류돼 온라인상에서 성인인증을 거친 소비자에게만 판매할 수 있다.무알코올 맥주는 맥주가 아닌 음료로 분류되는 탓에 열량과 영양 성분을 표시하는 것도 특징이다. 일반 맥주의 열량이 1캔(500㎖ 기준)에 236㎉인데 무알코올 맥주는 1캔(300㎖ 기준) 63㎉로, 열량이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0%로 건강과 다이어트를 이유로 맥주를 멀리하던 소비자에게 각광받는다는 설명이다.맥주업계 관계자는 “1~2인 가구가 밀집한 지역 편의점에서의 판매율이 높은 편”이라며 “퇴근 후 혼맥(혼자 맥주를 마시는 것)을 즐기는 20~3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출근길 숙취를 피하면서도, 열량이 낮은 무알코올 맥주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하이트진로음료가 2012년 하이트 제로를 출시하며 국내 무알코올 맥주시장의 포문을 연 이후 5년이 지난 2017년에서야 롯데칠성음료가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를 내놓았다. 그리고 오비맥주가 카스 제로를 출시하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더 걸렸다.이처럼 맥주회사가 무알코올 맥주시장에 뛰어드는 속도가 더딘 이유는 시장 규모가 좀처럼 확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하이트진로음료가 2012년 11월 무알코올 맥주를 선보였는데 당시 연매출이 10억원에 불과했다”며 “무알코올 맥주를 소비하는 대상에 한계가 뚜렷하다는 인식이 강했다”고 말했다.‘술은 취하려고 마시는 것’이라는 인식에 변화가 생긴 것은 2~3년 전, 혼술(혼자 마시는 술)·홈술(집에서 마시는 술) 트렌드가 확산되면서부터다. 취하지 않고도 기분을 낼 수 있는 무알코올 맥주를 찾는 사람이 늘기 시작한 것. 특히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건강 이슈로 관련 매출이 급증했다. 하이트진로음료는 지난해 하이트 제로의 누적 판매량이 800만 캔(2020년 10월 기준)을 넘어서며 전년 동기 대비 40%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 2019년 한 해 동안 판매량은 767만 캔이었다.국내 무알코올 맥주 시장 규모는 2014년 81억원에서 2019년 153억원으로, 5년 만에 2배 정도 성장했고, 지난해에는 2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업계는 현재 추세대로라면 5년 내 2000억원대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내 소매 맥주 시장 규모는 3조원이 넘는다. 업계 추정대로 2000억원 수준까지 무알코올 시장이 커진다 해도 전체 시장의 6% 안팎인 아주 작은 틈새시장이다.그러나 성장세는 무섭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지난해 8월 내놓은 ‘해외 주류시장 현황 및 트렌드 보고서’를 통해 2024년까지 세계 무알코올 음료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이 23%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MZ세대 중심으로 형성된 저도주 선호 트렌드가 확산되며 ‘비주류’였던 무알코올 음료가 주류 시장의 ‘주류’를 넘볼 것이라는 전망이다.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무알코올 음료 시장이 8000억대 규모로, 전체 주류 시장의 10%를 차지한다. 미국에선 전반적으로 주류 소비량이 감소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무알코올 음료 판매량만 30% 가까이 성장했다. 무알콜 맥주가 전 세계적인 추세로 거듭나면서 맥주뿐 아니라 와인과 칵테일, 보드카에 이르기까지 저알콜 혹은 무알콜 음료로 파는 것이 주류 트렌드로 자리하고 있다. ━ 사회적 거리두기 확산에 홈파티용으로 각광 최근 롯데칠성음료는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 패키지 디자인을 리뉴얼하며 마케팅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쿠팡·롯데ON 등 온라인 채널에서 박스 단위의 대용량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며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홈파티용으로 무알코올 맥주를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주류수입업체 비어케이도 지난해 ‘칭따오 논알콜릭’을 출시하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칭따오는 카스 제로처럼 도수 0.05% 미만의 비알코올 맥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2021.01.09 11:47

4분 소요
[자영업자, ‘NO 유튜브존’ ‘NO SNS존’ 외치다] 허위사실 영상에 폐점 위기, 유튜버는 사과방송으로 ‘책임 끝’

IT 일반

갑질에 주작 논란까지…‘입장금지’ ‘촬영금지’가 유일한 예방책? “어느 날 갑자기 맛집 유튜버가 가게에 방문해 영상 촬영을 했고, 그 유튜버는 며칠 뒤 영상을 ‘음식을 재사용하는 무한리필 식당’이라는 제목으로 업로드했다. 영상은 순식간에 조회수 100만 뷰를 기록하며 이슈를 끌었다. 이 영상으로 인해 저의 간장게장 무한리필 매장은 음식을 재사용하는 식당으로 낙인 찍혔다. 사실이 아니었지만 무차별적인 악플로 정신적 고통을 얻고 결국 지금은 영업을 중단하게 됐다. 억울하다”2020년 12월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유튜버의 허위사실 방송으로 자영업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만들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청원 글 내용이다. 청원인은 대구에서 간장게장 무한리필 전문점을 운영하던 자영업자로, 최근 유튜버 아이디 ‘하얀트리’가 올린 허위사실 영상으로 가게 문을 닫았다.청원인은 “코로나19로 극도로 힘든 매장의 어려움을 헤아려주지는 못할망정 성실하게 열심히 운영하는 매장에 똥을 뿌리고 가는 격이니 너무 한탄스럽다”고 호소했다. 이어서 “하얀트리 유튜버에게 마른하늘에 날벼락 맞은 저의 매장에 대해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항의했으나, 본인이 해명 방송을 촬영해서 올리면 된다며 아주 쉽게 대답할 뿐이었다”고 말했다. 이 청원글에는 2021년 1월 4일 기준으로 5만889명이 서명했다.앞서 구독자 63만명을 보유한 유튜버 하얀트리는 해당 식당의 방문 영상을 자신의 유튜브 계정에 업로드하며 음식 재사용 의혹을 제기했다. 하얀트리는 영상을 통해 식당이 리필해준 간장게장 위에 밥알이 있다고 주장하며, 식당 상호명이 적힌 메뉴판을 노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영상 공개 후, 하얀트리가 발견한 밥알은 그가 기존에 먹고 있던 간장소스를 리필한 게장에 붓는 과정에서 들어간 것으로 밝혀지면서 하얀트리는 해당 영상을 삭제하고 잘못된 사실에 대한 사과 영상을 올렸다. 하얀트리는 사과 영상을 통해 “간장게장집 사장님의 CCTV를 확인했다”며 “게딱지에 비벼 먹던 밥이 리필 게장에 들어간 것을 확인했다. 피해를 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하지만 청원인은 “재촬영 영상은 간장 게장집이 이미 영업을 중단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매장이 입은 피해에 대한 일체의 언급조차 없었고, 오히려 유튜버 이미지 관리 밖에 안 되는 본인 해명 영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청원인은 “일부 유튜버들이 본인의 인기를 위해서, 자영업자들의 피해는 안중에도 없고 무분별한 갑질과 횡포를 일삼는 일이 더 이상 없도록 제도적 방편을 마련해줄 것”을 주장했다. ━ 미국선 ‘안티 인플루언서’ 운동 펼쳐져 소셜미디어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로 인한 부작용도 잇따르고 있다. 하얀트리 사건이 터지기 불과 5개월 전인 2020년 7월에는 구독자 130만명를 보유한 유튜버 송대익이 자신이 주문한 음식을 배달원이 몰래 먹은 것처럼 연출한 허위 영상을 게재해, 주작 논란이 일었다. 당시 유튜버 송대익은 해당 영상이 전적으로 연출된 것이라며 사과 영상을 올렸다. 이후 영상 속 음식의 가맹점으로 비친 ‘피자나라 치킨공주’는 조작된 유튜버 방송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는 공식 입장문을 내놓았다.자영업자의 피해가 속속 불거지자 ‘노(NO) 유튜브존’ ‘노(NO) SNS존’을 외치는 가게도 늘고 있다. 서울 연남동에서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한 사업자의 말이다. “자기들 카메라로 촬영하는 건 자유지만, 반대로 내 사업장에서 촬영을 거부하는 것은 나의 권리다. 조용히 책을 읽고 사색하기 위해 만든 공간인데, 유튜버라고 와서 시끄럽게 떠들고 이곳저곳 들쑤시는 게 싫다. 또 유튜버를 통해 너무 많이 알려지는 것도 원치 않는다. 호기심에 한번 올 손님이 아니라, 정말 이 공간을 좋아하고 아지트처럼 생각하는 장기 고객이 더 좋다.” 이 책방 곳곳에는 ‘촬영금지’라는 글귀가 적혀있다.서울 상수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사업자 역시 SNS에 사진과 영상을 올려주면 가게 홍보가 되기 때문에 처음엔 반겼다. 그는 “하지만 큰 삼각대를 펴고 촬영하는 이들 때문에 정말 카페를 즐기러 온 손님들이 불편해하는 것을 느꼈다. 손님들이 촬영의 뒷배경으로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 후로 촬영하는 인플루언서들이 있으면 촬영하지 말 것을 조용히 부탁드리고 있다”고 말했다.이 같은 흐름은 해외도 마찬가지다. SNS에서는 인플루언서들을 공개적으로 거부하는 뜻의 해시태그 ‘#InfluencersAreGross(#인플루언서는 역겹다)’를 달고 게시물을 올리는 안티 인플루언서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이는 201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아이스크림 트럭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에 의해 시작됐다.이 사업자는 아이스크림을 공짜로 달라는 등 자칭 인플루언서들의 지속적인 갑질 행태를 겪고는 ‘인플루언서는 2배 값을 내라’는 푯말을 자신의 SNS에 올리며 반감을 드러냈고, 이에 공감하는 사업자들이 안티 인플루언서 운동을 함께 펼치고 있다. 안티 인플루언서 운동에 참여한 한 케이크 매장 사장은 BBC뉴스와 인터뷰에서 “공짜로 케이크를 달라고 하는 인플루언서들 때문에 진절머리가 난다. 유튜버든 파워 블로거든 내가 만든 케이크가 좋다면, 직접 사서 먹으면 된다”고 말했다. ━ 업무방해죄, 명예훼손죄로 처벌 가능 하지만 유튜버·인스타그래머·블로거 등 SNS 인플루언서들의 일부 갑질 횡포에 대한 해결책은 마땅치 않은 현실이다. 인플루언서는 개인 개정으로 활동하는 일종의 프리랜서 형태로, 게시물을 올리고 활동하는데 있어서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이상 해당 플랫폼으로부터 아무런 규제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또 인플루언서가 계약한 소속사가 있다고 해도 소속사는 각 인플루언서의 대외 행사 스케줄만 관리할 뿐 인플루언서의 게시물을 관리하지 않는다.유튜버 하얀트리는 국내 유명 MCN 기업 샌드박스네트워크 소속 인플루언서였다. 사건 후 샌드박스네트워크는 “피해를 입은 식당 대표님과 임직원분들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고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샌드박스는 오늘부로 하얀트리와의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식입장을 발표했다.또 샌드박스네트워크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현재 샌드박스네트워크에 소속해 있는 크리에이터팀은 450팀 정도로, 각각 계약 범위가 다르다”며 “유튜버 하얀트리의 경우, 영상물 전체를 관리하는 전속계약이 아닌 외부 스케줄 관리 중심인 파트너십계약 관계였다”고 말했다. 또 “사건 이후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전속계약뿐 아니라 파트너십계약 크리에이터들 역시 영상 제작 단계부터 피드백을 제공하고 콘텐트 모니터링를 꼼꼼하게 실시하는 등 더욱 구체적인 규제 라인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문제가 될 만한 인플루언서를 아예 사업장 안으로 들이지 않는 것이 유일한 사건 예방책으로 여겨진다. 물론 사건이 터진 후에는 법적 처벌은 가능하다. 박범일 글로벌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하얀트리 사건과 같이 인플루언서가 허위사실 영상이나 사진을 유포했을 때 형법상 업무방해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70조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문제가 터진 후 피해자로서 대응할 수 있는 최후의 방안이다.한편 2020년 7월 허위영상을 올려 주작논란으로 비난을 받았던 유튜버 송대익은 사건 이후에도 이전처럼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엔 조두순의 집 앞이라며 전혀 관계없는 한 거주자의 집 앞 영상을 올리는 등 물의를 빚고 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2021.01.09 11:31

5분 소요
[CEO UP & DOWN] 기우성 vs 강신호

CEO

━ UP |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임상 2상 결과 공개 기대감↑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 치료제의 임상 2상 결과가 공개된다. 셀트리온은 1월 13일 대한약학회가 주최하는 ‘2021년 하이원신약개발심포지아’에서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주’의 글로벌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렉키로나주는 코로나19 완치자 혈액의 중화항체를 선별해 만든 정맥 투여 방식의 항체치료제다.셀트리온은 렉키로나주의 글로벌 임상 2상을 완료하고, 지난해 말 국산 치료제 중에선 처음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조건부 허가를 신청했으나 구체적인 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임상 결과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커지자 시기를 앞당겨 발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임상 2상을 진행한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임상 과정에서 발견된 심각한 부작용은 거의 없다”며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를 보일 것”이라고 밝혀 기대감을 높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큰 문제가 없는 한 이르면 1월 말 경, 늦어도 다음날 내로 렉키로나주의 승인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이후 국제 학회에서도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하는 것과 동시에 해외 긴급사용승인 절차도 추진 중이다.지난해 말 은퇴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바톤을 이어받은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부회장)는 렉키로나주의 임상 결과를 들고, 본격적으로 전문 경영인 체제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기 부회장은 2015년 셀트리온 대표로 선임된 뒤 지난해 3연임에 성공했다. 지난해 초 연임이 불투명했지만 연이어 바이오시밀러 히트를 이끌며 두터운 신임을 이어나가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3분기,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분기 실적 기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매출 1위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하는 모습이다.그는 올 한 해 코로나19 치료제의 국내외 허가 및 공급에 매진하는 한편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3사 합병에 속도 낼 전망이다. 셀트리온은 신년사에서 2030년까지 40조원을 투자해 한국을 전 세계 바이오·케미컬 의약품 산업의 중심지로 성장시키겠다는 ‘셀트리온그룹 비전 2030’을 밝히기도 했다. ━ DOWN |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 ‘택배노동자 보호대책’ 이행 놓고 노사갈등 심화 CJ대한통운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CJ대한통운의 택배종사자 보호 종합대책 이행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대책위는 1월 6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회사들이 택배 분류작업에 인력을 추가 투입하기로 약속해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대책위는 지난해 13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하자 결성된 단체다. 사망자 가운데 6명이 CJ대한통운 소속 택배노동자다. 이에 지난해 10월 박근희 전 CJ대한통운 대표이사가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인 택배종사자 보호 종합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CJ대한통운의 이행 여부를 놓고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CJ대한통운은 이와 관련해 즉시 입장문을 내고 대책위가 내놓은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했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말 기준 228명의 분류작업 지원인력이 일하고 있고, 이 가운데 102명은 10월 종합대책 발표 이후 투입된 인원”이라며 “(2회전 분류작업비용을 기사에게 전가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이는 사실이 아니며 비용은 회사와 집배점이 협의 아래 정산했다”고 설명했다.택배회사가 분류작업 업무 책임을 지기로 합의했다가 돌연 파기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애초부터 ‘분류작업을 택배사의 업무로 본다’는 합의가 이뤄진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CJ대한통운의 이 같은 주장에도 양측의 입장차는 좀처럼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는 2021년도 정기 임원인사에서 CJ대한통운으로 사령탑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CJ제일제당이 지난해 3분기까지 역대 최대 실적을 내는 등 강 대표가 올린 성과에 대한 후속 조치로 풀이한다. 강 대표는 위기에 빠진 계열사를 번번이 살려내며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신임을 받고 있다. 2013년 CJ프레시웨이 대표 재직 시절엔 취임 1년 만에 영업이익을 3배 이상 올려놓기도 했다.강 대표는 신년에도 회사의 구원투수로 나선다. 지난해 3분기 기준 CJ대한통운의 영업이익률은 3%대에 머문다. 수익성 개선 과제와 함께 택배노동자 과로사 문제 등 내부 진통도 강 대표가 풀어야 현안이다.-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2021.01.09 11:04

3분 소요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농성 이슈는?

산업 일반

다른 사업장 배치 내민 용역업체 vs LG트윈타워 고집하는 노조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이 건물 로비에서 20일 넘게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LG트윈타워 관리업체인 S&I코퍼레이션(이하 S&I) 측은 코로나19 상황 등을 감안해 계약 종료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 유지를 제안했으나 농성 중인 조합원들이 거부하면서 갈등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LG트윈타워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중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 이미 계약이 종료된 외부인이 로비에서 숙식하는 위험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S&I와 청소용역업체 지수아이앤씨는 지난 5일 고용노동부 남부지청에서 열린 조정회의에서 “농성 중인 만 65세 이하 조합원 25명의 고용을 유지하고 개인별 통근 편의 등을 고려해 최대한 빠르게 다른 사업장으로 재배치될 수 있도록 제안했다”고 밝혔다. 또한 만 65세 이상 조합원 7명에 대해서는 추가위로금을 지급하는 안도 제시했다고 한다. S&I 측은 “코로나19 방역이 국가와 사회적으로 중요한 시점에서 로비에서 숙식을 이어가며 농성 중인 조합원들과 7000여명의 트윈타워 직원들의 건강을 고려해 농성 상황을 빠르게 종료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그러나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LG트윈타워분회 측이 조정회의 현장에서 ‘농성 중인 조합원 전체 고용을 새로 계약된 업체(백상)가 모두 승계하고, 이들이 트윈타워에서 계속 근무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LG트윈타워분회는 백상 측이 신규로 채용한 인원을 다른 사업장에 배치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S&I 측은 LG트원타워분회의 요구는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올해부터 LG트윈타워 청소 용역을 담당하는 장애인 표준사업장 1개 업체와 신규 청소용역업체 백상 등 총 2개 업체가 90여명의 청소 노동자를 채용해 관련 업무를 수행 중이기 때문이다. LG트윈타워분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계약 종료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을 승계하면, 이미 채용된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지수아이앤씨 관계자는 “조합원들을 다른 사업장에 배치하는데 소요되는 기간 동안 최대 3개월간 기존 임금의 100%를 지급하는 안도 마련했지만, 노조 측이 ‘고용 승계와 트윈 근무’만 고집해 전달조차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일각에선 S&I 측이 LG트원타워분회의 요구대로 백상 측에 고용 승계를 강요할 경우 현행법상 불법파견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청인 S&I 측이 하청업체인 백상 측에 고용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지나친 경영 간섭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S&I는 지난해 LG트원타워분회 측이 정년 70세 보장 등의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를 했고, 이 과정에서 상호 합의 하에 계약을 종료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LG트원타워분회 측은 2019년 말 노조 결성 후 S&I 측에 부당 노동행위 등에 대해 항의하자 사측이 일방적으로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S&I 측은 “당사와 청소용역업체는 조합원들에게도 고용 유지 결정을 전달한 상황”이라며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빠르게 사안이 마무리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2021.01.0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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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증권거래소(NYSE) | 美 뉴욕 증시 상승세 사상 최고치 3대 지수 모두 올라 기대감 표출 2020년 1~3월에 코로나19의 타격을 입고 하락세로 돌아섰던 뉴욕 증시가 연말인 12월 28일(미국 현지 시간)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뉴욕증시 주요 3대 지수가 모두 올라 새해 경기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했다.3대 지수는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2월 28일 기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30,403.97에 마감됐다. 전장보다 204.10포인트(0.68%) 상승한 수준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3,735.36에 거래를 마쳤다. 전장보다 32.30포인트(0.87%) 올랐다. 나스닥 지수는 12,899.4를 나타냈다. 전장보다 94.69포인트(0.74%) 상승한 수치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미국 경기 부양책에 서명한 점이 뉴욕 증시 급등의 지렛대가 됐다. 이를 계기로 새해 경기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한 것이다. 연방정부의 업무 중단 우려가 해소된 점도 투자심리를 자극했다.유럽발 희소식도 영향을 미쳤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은 영국과의 브렉시트 후 미래관계에 대한 합의를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이 협정은 EU와 영국은 ▷상호 시장에 무관세 유지 ▷영국의 노동·환경 분야는 EU 수준을 준수 ▷EU·영국 국민이 상호 지역에서 비자 없이 최대 90일까지 체류한다는 내용이다. EU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점도 뉴욕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이에 따라 여행·항공 관련 업종, 애플·아마존·페이스북 등 정보통신기술(IT) 관련 업종, 디즈니 등 콘텐트 관련 업종의 주식이 두드러진 상승세를 나타냈다. ━ 문화체육관광부 | 코로나에 나홀로 동영상 시청 여가활동서 TV↓ OTT↑ 코로나19 사태로 여가활동도 바뀌고 있다. 여가활동 시간이 늘어났지만 집 근처 근거리에서 산책을 하거나, 생활권 내 공원·산행·음식점·카페 등을 활용하는 모습이 급증했다. 여가활동 위치도 실내에서 주로 이뤄져 TV·모바일콘텐트 등에 대한 소비도 증가했다. 문화예술 행사에 대한 관람은 급감했지만 비대면 관람은 증가했다.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2019년 8월 1일~2020년 7월 31일 국민 1만여명을 대상으로 문화·여가 활동을 조사한 결과다. 유형별로 보면 가장 많이 즐기는 여가활동은 휴식(90.5%), 취미·오락(84.7%),사회·기타(61.2%), 스포츠 참여(28.8%)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스포츠 참여 활동은 모든 연령대에서 고루 증가했다. 세부 여가활동(88개) 면에서는 TV 시청(67.6%)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나 2019년(71.4%)에 비하면 낮은 수치다. TV 시청은 수요가 인터넷과 모바일로 이동하면서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다.여가활동을 위해 많이 애용하는 공간으로는 음식점(38.0%), 아파트단지·공터(28.8%), 카페(25.6%), 인근 공원(24.6%) 등 대부분 집 주변 생활권 편의시설들을 꼽았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이용도 2019년 27.4%에서 2020년 38.8%로 급증했다. OTT 이용 관람은 모든 연령대에서 고루 증가했다. 특히 50대 이상 고령층에서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이밖에 코로나 여파로 혼자 여가활동을 즐기는 경우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국세청 | 외국인 근로자 2722만원 벌어 1인당 연 평균 급여 증가세 국내에 외국인 근로자의 급여와 소득이 증가하고 있다. 국세청 조사 결과 근로소득 연말정산을 신고한 외국인 근로자 수는 2015년 54만3773명에서 2017년 55만8246명, 2019년 58만5542명으로 증가했다.이들의 총급여 합계와 1인당 연 평균 급여도 해마다 오르고 있다. 총급여는 같은 기간 12조6697억원→14조13억원→15조9405억원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1인당 연 평균 급여도 2330만원→2508만1000원→2722만4000원으로 증가세를 나타냈다. 2019년 평균 급여의 증가율이 5.3%에 이른다.외국인 근로자의 급여가 증가하는 배경 요인으로 최저 시급 증가, 힘든 업종을 기피하는 내국인 근로 수요 대체, 국내 생산인구의 감소, 한국으로 입국하는 이주노동자의 증가 등이 꼽힌다. 국내 인구의 고령화 저출산 속도가 갈수록 빠르게 진행하는 점도 작용한다.반면 일용근로소득자 수는 2015년 812만6000명에서 2017년 817만2000명으로 고점을 찍은 뒤 2019년 740만6000명으로 감소세를 지속했다.이들이 벌어들인 연간 총소득 합계는 2017년 64조8200억원, 2018년 62조8600억원, 2019년 59조8000억원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이 금액은 원천징수 전에 지급받은 금액 총액이며, 연말정산 근로자의 총급여액이다. 이들의 1인당 평균 총소득은 2019년 807만원으로 2018년 809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 “집값 상승세 새해에도 계속돼” 공인중개사 설문, “임대차 3법 때문” ‘2021년에도 집값이 오를 전망이다.’ ‘정부의 규제 강화로 상승폭은 다소 둔화할 것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2020년 12월에 협력 공인중개사 506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해 받은 답변이다.공인중개사 90%는 전국 집값이 2021년에도 오를 것이며 오름폭은 최대 3%로 예상했다. 2020년 1∼11월 주택매매가 상승률이 6.9%였던 점을 고려하면 상승률이 한풀 꺾인 것이다. 지역별로 보면 공인중개사의 30%는 서울 집값이 강남을 중심으로 최대 5%까지 오를 것이라고 대답했다. 중개사의 20%는 경기 지역이 5% 이상, 중개사의 30%는 지방이 5% 이상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중개사들은 집값 상승 요인으로 ▷공급 물량 부족(응답률 28%) ▷전세 시장 불안에 따른 매매 전환 수요 증가(22%) ▷정부 규제 강화로 인한 매물 감소 등 부작용(19%) ▷저금리 기조 장기화와 시중의 풍부한 유동자금(16%) 등을 꼽았다.2021년 주택 매매량에 대해선 2020년과 비슷하거나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에서는 특히 강북 지역의 매매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전셋값 전망에선 대부분 상승을 예견했다. 전셋값 상승률은 응답자의 절반 정도가 5% 이상 상승을 예상했다. 전셋값 상승 요인으로는 주택임대차 3법과 전세 매물 감소를 들었다. 임대차 3법은 2020년 8월부터 시행한 계약갱신청구권제(전세계약 2+2년)와 전월세상한제(임대료 상승률 5% 내로 제한), 2021년 6월부터 시행하는 전월세신고제(임대차 계약 신고)를 말한다 ━ 한국은행 | 수출 3개월 연속 증가세 반도체·가전 제품 호조 코로나19 쇼크 속에서도 2020년 11월 한국 수출지수가 물량과 금액에서 모두 증가했다.한국은행의 2020년 11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 자료에 따르면, 11월 수출 물량지수는 119.56으로 전달인 10월보다 2.54%포인트, 전년동월인 2019년 11월 대비 5.7%포인트 올랐다. 이는 8월(104.78)부터 9월(125.25), 10월(117.02)에 이어 3개월 연속 상승세다.2020년 수출 물량지수는 코로나 쇼크로 4월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5월 수출 물량지수 감소폭은 -15.0%에 달했다. 통계상 국제금융위기가 닥쳤던 2009년 1월 -26.7%를 나타낸 후 11년3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이후 2020년 9월부터 상승세로 반등하기 시작했다.분야별로 보면 저유가의 여파로 석탄·석유 제품(-27.9%), 기계·장비(-12.7%) 등이 크게 줄었다. 하지만 컴퓨터·전자·광학기기(12.2%), 화학제품(12.6%) 등이 증가하면서 수출 물량지수의 상승을 이끌었다.2020년 11월 수출 금액지수도 110.69로 전년동월 대비 3.8%포인트 증가했다. 한국의 대표 수출 효자인 반도체와 가전제품의 수출 호조를 타고 컴퓨터·전자·광학기기(16.9%), 전기장비(18.4%) 등이 크게 늘었다.수출 금액지수는 2020년 3월에 내림세로 돌아서 8월까지 6개월 연속 하락했다. 특히 5월에는 -25.2%로 2009년 5월(-30.2%) 이후 11년 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낸 뒤 11월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 한국벤처캐피탈협회 | 바이오·의료에 투자금 몰려 벤처캐피털 비중 30% 육박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한해 동안 바이오·의료 분야에 대한 벤처캐피털(VC)의 신규 투자가 크게 증가했다. 이제 막 시작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전 세계적으로 집단 면역 성과를 얻기까진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바이오·의료에 대한 벤처캐피털의 투자 증가는 2021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조사한 벤처캐피털 마켓 브리프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벤처캐피털의 신규 투자 비중은 바이오·의료 분야와 정보통신기술(ICT)서비스 분야가 비슷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신규 투자에선 바이오·의료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커졌다. 신규 투자에서 바이오·의료 분야 비중이 2016년 21.8%(4686억원)에서 2020년 9월 27%(7683억원)으로 증가해 가장 컸다. ICT서비스 비중은 같은 기간 18.8%(4062억원)에서 25.6%(7298억원)로 늘었다. 비대면 쇼핑·배달 수요가 급증하면서 유통·서비스 분야도 같은 기간 11.6%(2494억원)에서 17.2%(4894억원)로 증가했다.반면, 영상·공연·음반은 같은 기간 12.5%(2678억원)에서 6.5%(1846억원)로 반토막이 됐다. 화학·소재는 7.0%(1502억원)에서 4.5%(1293억원)로, 전기·기계·장비는 9.9%(2125억원)에서 6.7%(1898억원)로 각각 감소했다.바이오·의료에 신규 투자가 몰리면서 관련 기업의 가치도 상승하고 있다. VC업계는 투자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의대 교수들의 창업, 의대 보유 기술의 상용화 등을 위한 물밑 작업에까지 나서고 있다.- 정리=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2021.01.03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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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TUP INNOMATE(9) 퓨처플레이의 ‘퍼스트 무버’ 3인방이 말하는 성공 공식] 이노스페이스·서울로보틱스·이오스튜디오

스타트업

하드웨어·소프트웨어·영상콘텐트 선구자… “글로벌 시장에선 경쟁력·자신감·큰꿈 가져야 성공” “인생 최고의 경험은 두려움의 반대편에 있다.”미국 할리우드 스타 윌 스미스는 도전한 자만이 행복을 쟁취하며, 두려움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스카이다이빙에 성공하기 전날 밤 겁에 잔뜩 질린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며 한 이야기다.공포는 무지에서 나오며 편견은 오만에서 비롯된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행동하면 달콤한 보상이 있지만, 자기 상상에 갇혀 행동하지 않으면 편견의 늪에 빠지고 만다. 수많은 펭귄이 바닷물에 뛰어들어 먹이를 먹을 수 있는 것도 용기 있게 가장 먼저 뛰어든 도전자 ‘퍼스트 무버’ 덕분이다.퓨처플레이가 지향하는 가치도 이런 도전정신이다. 우주·항공 불모지인 한국에서 로켓 하드웨어 기술을 연구하는 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 라이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시장을 선도하는 이한빈 서울로보틱스 대표, 영상 콘텐트로 기업가정신을 전파하는 김태용 이오스튜디오 대표 등 퓨처플레이가 육성하는 스타트업 세 곳의 대표를 만났다.이노스페이스는 하이브리드 로켓 기반의 위성 발사체 개발사로 우주 시대를 겨냥하고 있다. 유로컨설트(Euro consult)는 지구관측(EO) 위성시스템과 데이터·서비스 부가가치는 2029년 80억 달러(약 8조744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더불어 초고속 위성 통신망 인프라 구축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이에 저비용 솔루션인 소형 위성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으며, 미국을 중심으로 중국·일본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2028년까지 8500기의 소형 위성을 발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노스페이스는 추력 1톤급 소형 과학로켓과 3톤급 하이브리드 로켓 엔진을 개발했다. 이노스페이스는 추력 조절이 어려운 고체로켓과 제작비용이 비싼 액체로켓의 중간 형태인 하이브리드 로켓 개발로 안전성과 경제성 모두 확보할 계획이다.서울로보틱스는 빛을 이용해 주변을 탐색하는 라이다의 소프트웨어 개발사다. 라이다는 초당 수십 차례에 걸쳐 빛을 쏴 다시 돌아오는 정보로 이미지를 그려내는 장치로 자율주행 자동차 등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라이다는 각 자동차 회사 제품의 운영체제·하드웨어 최적화가 필요한데, 서울로보틱스가 이런 솔루션을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또 차량에 탑재된 라이다가 달라도 솔루션을 최적화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 서울로보틱스는 세계 최고 수준 라이다 소프트웨어 기술로 현대자동차·BMW 등과 계약을 체결하는 등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이오스튜디오는 창업자·기술자 등을 연쇄 인터뷰해 새로운 가치 창출과 비전, 기업가 정신을 전파하는 미디어 스타트업이다. 여태껏 스타트업의 스토리를 영상에 담아 전파한 미디어는 없었는데, 이오스튜디오가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 현재 유튜브를 중심으로 영상을 내보내고 있으며, 구독자는 30만명에 달한다. 오버더탑(OTT) 플랫폼으로도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 노크, 경쟁력 높여 김유경 기자(이하 시회자): 사명에 서울이란 단어를 넣은 게 눈에 띈다.이한빈 서울로보틱스 대표(이하 이한빈 대표): 세계적으로 서울의 도시 브랜드가 날로 상승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대응과 BTS·블랙핑크 같은 K-POP 아티스트들이 선전하며 2020년 잠재력이 폭발했다. 서울의 이미지가 국제적 비즈니스에 도움이 된다. 해외 홍보대행사로부터 한국 기업들은 왜 서울이란 브랜드를 안 쓰냐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사회자: 라이다 소프트웨어는 니치마켓으로 보인다.이한빈 대표: 카메라 라이다도 시장이 성장하면 소프트웨어 시장이 커질 것이다. 현재로서는 자율주행 분야 기술로 인식된다. 레이더 진영은 테슬라가 카메라로 3D 영상을 뽑고 있는 수준인데, 라이다 진영은 애플이 아이폰에도 적용하는 등 기술이 빨리 보편화 됐다.사회자: 레이더 진영과 경쟁이 치열하겠다.이한빈 대표: 둘 다 써야 하기 때문에 제로섬 게임은 아니다. 스마트폰에도 레이더든 라이다든 얼마든지 장착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센서 사용은 계속 늘었다. 맵핑의 핵심은 3D 데이터이기 때문에 3D 센서 시장이 열리고 있다. 결국엔 단가 싸움이다. 고객이 사용할 수 있는 가격대로 조합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사회자: 한국에서 로켓 기술 개발은 생소하다.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이하 김수종 대표): 석사 때부터 하이브리드 로켓을 공부했다. 출력 제어가 가능하고 가격경쟁력이 있다. 이스라엘에서 포닥(박사후연구원)을 했다. 학생들이 학기 중에 창업한다고 휴학했다가 1년 뒤 돌아오는 모습을 보고 적지 않게 놀랐다. 한국에 돌아와 한화에서 미사일 개발 업무를 하며 거대 하드웨어 제작 방식과 산업 기반을 파악했다. 하이브리드 로켓도 산업 기반이 있다면 해볼 만하다고 판단해 2017년 창업에 나섰다.사회자: 이오스튜디오는 영상 콘텐트로 관심이 뜨겁다.김태용 이오스튜디오 대표(이하 김태용 대표): 자연 발생적으로 스타트업이 됐다. 창업을 꿈꿨지만, 혁신 아이템이 없었다. 그래서 실리콘밸리로 가서 많은 창업자·개발자를 만나보고 진로를 결정하기로 했다. 그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이 스토리를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해 영상 콘텐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 “미국·이스라엘, 창업 두려움 없고 글로벌 연결성 좋아” 사회자: 해외의 창업생태계와 분위기는 어떤가.김수종 대표: 이스라엘에서 3년 있었는데, 그곳은 나이·성별 불문하고 창업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었다. 한국은 직장·학업에서 이탈해 공백이 생기면 추궁 받고,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문화다. 이스라엘은 성공 사례가 많기 때문에 창업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실패에 대한 지원책도 충분히 있다. 적극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이 잘 닦여 있다.이한빈 대표: 미국은 시장 연결성이 좋다. 보스턴은 실리콘밸리와 파이프라인이 잘 돼 있고 인수합병(M&A)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전문업체도 있다. 내수 시장이 크고 유럽으로도 쉽게 진출할 수 있다. 한국이나 일본은 스타트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기에 턱없이 작은 시장이다. 한국은 나스닥 등 해외 기업공개(IPO)나 M&A 채널이 희박하다. 결국 코스닥 상장뿐이라 성장의 중간 사다리가 없다. 수출할 수 없다면 한국에선 스타트업을 시작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중국 스타트업들의 약진이다. 자금력이 엄청나고, 내수 시장도 미국과 유럽을 합한 것만 하며, 기술력도 한국보다 3~5년은 앞섰다. 중국이나 이스라엘은 전 세계 시장을 겨냥하고 창업한다.사회자: 해외 시장은 개척했나.이한빈 대표: 주요 시장은 대부분 진출했다. BMW·벤츠 같은 회사와 손을 잡아 1년에 70%는 해외 업무를 한다. 국가별로 대기업의 성격이 다른데, 미국과 유럽은 스타트업 기술을 라이선싱으로 사용한다. 유럽은 보수적이고, 혁신 기술이어도 높은 수준의 안전 검증을 먼저 요구한다. 만약 준비가 안 돼 있으면 이 절차를 분담하기도 한다. 미국은 안전 검증은 거의 없고, 초기 기술부터 함께 만들어가자는 분위기가 강하다. 한국 등 동양권은 대기업들이 스타트업의 혁신 기술을 시간만 끌고 사용하지 않다가, 결국 자체 개발한다.김수종 대표: 북미를 중심으로 한 해외 위성사업자를 타깃으로 접근한다. 발사장도 북미, 적도와 가까운 브라질로 잡았다. 로켓 사업은 정부 사업 수주 경력이 있어야 대외 공신력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스페이스X도 민간보다는 NASA 발주부터 잡았다.사회자: 안보 사업이라 해외 시장 직접 진출은 어려워 보인다.김수종 대표: 한국 기술을 해외로 들고 나가긴 까다롭다. 대규모 해외 투자를 받으면 해외 법인 전환을 요구받는데 수용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국내 VC들의 기업가치 평가도 박하다. 해외 경쟁사가 높은 가치평가로 실리콘밸리와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는 것과는 대조적이다.김태용 대표: 한국에 방문한 해외 유명 연사와 영어 콘텐트를 만들고 있다. 2021년 상반기부터 게시할 계획이다. 미국도 비디오 콘텐트 채널은 흔치 않다. 전 세계 사람들이 관심 가질 콘텐트로 승부하려고 한다.이한빈 대표: 싸이월드도 페이스북보다 먼저 시작했지만, 비즈니스 모델이 취약했고 내수 시장만 바라보다 성장의 한계에 부딪혔다. 아프리카TV도 한국 시장만을 겨냥해 트위치처럼 크지 못했다. 글로벌 플랫폼으로서 아쉬움이 있다. ━ “조직문화 융합, 관리능력 강화, 스케일업 방안 고민” 사회자: 인력 조달과 조직 운영에 어려움은 없나.이한빈 대표: 경력 20년 이상의 베테랑을 채용해 레거시 시스템의 노하우를 배우고 있다. 새로운 조직 문화와의 융합을 지향하고 있다. 또 이들의 노하우를 통해 기술의 상용화와 시장 수요를 맞춰가고 있다.김수종 대표: 경력자 위주로 채용하며 조직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수백 종류의 부품을 외부 조달해야 하는 데다 주요 고객이 정부·기업이다. 개발 기간이 길기 때문에 낙오하는 팀 없이 종합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관리 능력이 필요하다. 해외 시장을 겨냥하고 있어 외국인 CMO(최고마케팅책임자)를 선임해 회사를 알리기 시작했다.김태용 대표: 성장하는 만큼 제작 여건과 환경을 더욱 개선하고 있다. 영화·드라마의 전통적 제작 방식에 아쉬움을 느낀 사람들이 뉴미디어 영역으로 많이 오고 있어 더 많은 실험을 염두에 두고 있다. 2~3배를 넘어 10~20배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사회자: 미디어 산업은 브랜드가 최고의 가치다. 본인의 이름을 걸고 하는 채널인데, 만약 자신이 빠져도 회사가 원활히 운영될 거라 보나.김태용 대표: 잘 굴러갈 것 같다. 스피커를 늘리려는 중이다. 콘텐트 경험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어떤 주제를 어떻게 다룰지 팀원들이 경험치가 많이 쌓였다. 기업가 정신에 부합하는 스토리를 잘 녹여내는 게 첫 번째다.사회자: 각사의 핵심역량은 무엇인가.김수종 대표: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이 기업 모토다. 단지 납품 방식이 아니라 디자인적 요소를 가미해 우리의 정체성을 굳힘으로써 차별화 전략을 꾀하고 있다. 그렇지만 로켓의 이미지화를 통해 이노스페이스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려 한다.이한빈 대표: 첫 번째는 기술의 속도와 정확도 측면에서 절대적 세계 1위다. 두 번째는 높은 호환성이다. 세계적으로 120개의 라이다 기업이 있는데, 다양한 센서에 대응이 가능하다. 세 번째는 글로벌 친화적 팀이다. 모든 엔지니어가 영어에 능숙하며 실리콘밸리 기반의 중국계 기업보다 높은 소통 능력을 갖췄다. 회사 성장세에 맞춰 시장점유율로 회사를 홍보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브랜딩에 힘을 실을 수 있다.사회자: 라이다 소프트웨어 영역은 기술 표준 경쟁은 없나.이한빈 대표: 누구와 계약을 체결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대기업과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은 정치 게임이고, 그들이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집어넣는 게 관건이다. 파트너를 확대하면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퍼스트 무버로서 임팩트를 이어가려고 한다.사회자: 정부·대기업과 네트워크 확보 전략은.김수종 대표: 정부기관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로켓은 전략 물자라 정부 허가가 필요해 네트워크를 기반에 둬야 한다. 정부 사업 자금 집행과 관련해서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 “정부·대기업 네트워크, 이해관계 이해하고 발품 팔아야” 사회자: 코로나19 사태 이후 달라진 점이 있나.이한빈 대표: 바빠졌다. 고객들은 시장성 있는 기술에만 투자한다. 유럽의 대기업도 서울로보틱스의 기술을 찾고 있어 선택과 집중을 시작했다. 또 경쟁사들은 코로나19로 업무 진척이 안 되는 데 비해 우리는 알차게 일하고 있다. 미·중 간에기 싸움이 강해져서 라이선스 서비스를 할 기회도 생겼다.김수종 대표: 로켓의 부품조달, 발사장 현지 일정 지연 등의 트러블이 발생했다. 치명적 수준은 아니다. 온라인 수요가 커져 위성용 로켓에 대한 투자와 사업화가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점은 긍정적이다. 스페이스X가 상장하면 테슬라의 시가총액을 뛰어넘을 것이다.김태용 대표: 큰 영향은 없다. 디지털 콘텐트 수요가 늘어난 것은 좋지만, 남이 성장하는 얘기는 보고 싶지 않아 한다. 그래서 고생한 사람들의 얘기를 담는 것으로 바꿨다. 주변에서 줌으로 인터뷰 영상을 따라는 얘기도 하지만 싸게 만든 콘텐트는 유통에 한계가 있고, 상품성 차이도 크게 난다. 앞으로 OTT로도 진출할 계획이라 대충 만들면 안 된다.사회자: 창업 후 실패 경험이 있나.이한빈 대표: 큰 어려움은 없었다. 대기업과 계약할 때 가장 애먹었다. 정치가 절반이고 기술력 평가는 1분도 채 안 걸렸다. 결정권을 가진 사람을 찾아 그로부터 승낙을 얻는데 7~8개 월가량 소요됐다. 대기업의 의사결정 시스템을 알게 돼 이제는 더 쉽게 대응할 수 있다.김수종 대표: 투자 유치가 힘들었다. 대부분 VC가 회사의 장래성과 사업화 계획을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항공우주 분야는 언제 이익이 날지 모르기 때문에 꺼렸다. 투자사들의 판단은 기술력 평가보다는 대외적으로 알려졌는지, 언론에 많이 노출됐는지 등을 따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드웨어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11월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홍보에 나서고 있다.김태용 대표: 1인 크리에이터로 시작해 대중에게 얼굴을 공개하고 자기복제를 하는 게 어려웠다. 콘텐트의 편집자가 바뀌면 미묘하게 영상의 맛이 달라진다. 회사와 개인이 분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게 된다. 또 출연자와 함께 리스크를 지는 게 무거운 짐이었다. ━ 퓨처플레이 평가 “직설적이지만 큰 꿈 꾸게 해줘” 사회자: 퓨처플레이로부터는 어떻게 투자를 받았나.이한빈 대표: 모빌리티 스타트업 창업자들과 정례 모임을 통해 류중희 대표를 만나 투자로 이어졌다. 류 대표는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 엑시트 한 바 있어 기술 기업을 잘 이해해 줬다. 류 대표는 색깔이 짙고 직설적이어서 호불호가 갈리는 투자자다. 피드백이 확실하고 뭘 고쳐야 하는지 토론하면서 정답에 가까워지도록 끌어준다. 직설적이기 때문에 정신적 준비가 안 된 창업자라면 다른 투자자를 찾을 것이 좋다.김수종 대표: 진실성만 갖고 임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 류 대표의 직설적 언변이 두드러지지만, 어느 곳보다 팀워크가 좋은 투자사다.김태용 대표: 투자받을 생각이 없었는데 류 대표와 뜻이 맞아 투자를 받게 됐다. 투자설명회 때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함께 고민하고 싶다고 말했다. 창업자는 자기객관화가 필요한데, 류 대표는 객관적으로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조언을 많이 해준다. 5~10년 단위로 상상하게 하고, 현실적인 접근을 하도록 해준다. 큰 꿈을 꾸는 창업자에게 좋은 투자자다.사회자: 후배 창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이한빈 대표: 외부 강연에서 중국과 경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고민하란 메시지를 던진다. 내수 시장에서 벗어나 중국과 생존 경쟁을 벌이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이 될 것이다. 국내 대기업들이 전기버스·전기차 자체 개발한 것처럼 말하지만 대부분 중국 기술을 라이선싱 받은 것이다. 일본은 예전에 따라잡았다. 글로벌 무대에서 앞서 나가기 시작한 중국을 타깃으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김수종 대표: 창업을 결심했다면 그만큼 능력과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자기 스스로 조금 더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 또 다양한 경험을 쌓은 뒤 창업해야 한다. 회사를 운영할 때 큰 밑거름이 된다.김태용 대표: 꿈을 크게 가져야 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꿈을 꾸고 무게를 감당해봐야 한다. 한국 사회는 누군가 꿈을 얘기하면 걱정하거나 깎아내리는 분위기가 있는데, 이를 견디며 세상과 마주하는 의식적 노력이 필요하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2021.01.0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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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TUP INNOMATE(9) ‘선 굵은 벤처빌더’ 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 ‘돈은 수단, 기술이 곧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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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티픽 임팩트 지향… 문제인식과 해결 기술 가진 팀 발굴 진보의 촉매제는 결핍이다. 인간은 결핍을 느끼면 문제 해결을 위해 기술을 개발하고, 고도화된 기술은 문제를 해소하며 역사의 수레바퀴를 굴린다. 기술에 의한 사회 진보는 필연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18세기 영국에서 벌어진 산업혁명이다.세상에 변곡점을 찍는 기술이나, 시장 전환을 불러일으킬 기술 기반 비즈니스 모델·아이디어가 어느 때보다 소중한 시대다. 단순히 기술과 자본의 결합이 아닌, 기술에 대한 초기 투자로 ‘사이언티픽 임팩트(scientific impact)’를 키울 필요성이 커졌다.국내에도 ‘기술의’, ‘기술에 의한’, ‘기술을 위한’ 투자기업이 있다. 스타트업 육성 기업 퓨처플레이가 그 주인공이다. 퓨처플레이는 극초기 기술 창업팀을 발굴, 투자하는 한편 스타트업과 비즈니스 모델 공동 설계로 기술 사업화를 지원하고 있다.류중희 대표는 서울과학고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 및 전자공학 학·석·박사를 마친 과학인재다. 2006년 얼굴·이미지 인식 소프트웨어 회사 올라웍스를 창업했고, 2012년에는 이를 국내 최초로 인텔에 매각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류 대표는 이후 과학기술 육성의 뜻을 함께하는 엔젤투자자와 손잡고 2014년 퓨처플레이를 출범했다. 기술 기업에 대한 대담한 투자와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면서 퓨처플레이만의 고유 영역을 구축했다.현재는 인공지능(AI)·자율주행·로봇·디지털 헬스케어·핀테크·가상현실(VR)·증강현실(AR)·블록체인 등 혁신 분야 기업을 육성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만도·농심·이지스 자산운용 등과 ‘테크업플러스’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대기업-스타트업의 오픈이노베이션도 진행하고 있다.류 대표는 “자본은 미래로 가기 위한 수단이다. 기술 기업 투자사는 단지 운용 수익만을 지향해선 안 된다”며 “기술 기업과 함께 대중이 겪는 문제와 고통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 사업 성공 위한 논리적 방법 찾아 틀 제시 최근 창업 무대의 분위기는 어떤가.“세 가지 교차점에 접어들었다. 전 지구적 팬데믹, 기술 스타트업에 대한 이해 향상, 우리 회사의 정체성 고민 등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래를 당겨왔다. 이제 줌을 넘어 가상환경에서 협업하는 사례도 등장하며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로봇 서빙의 경우도 사용자의 수용도가 높아졌다. 사람들은 건강을 위해서, 일을 더욱 잘하기 위해서 로봇 기술이 필요하다고 받아들이고 있다.”코로나19 사태로 비롯된 변화가 비가역적이라고 보나.“그렇다. 여러 협업도구나 로봇 등은 최초 코로나19 대응 기술이 아니었다. 미래를 향해 천천히 가고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장점이 부각되며 새 기술을 써야 할 이유가 많아졌다. 경험해보지 못했던 재택근무 등의 장점이 발견됐다. 과거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다.”급격한 변화 속 퓨처플레이의 강점과 경쟁력은.“퓨처플레이는 글로벌 스케일로 나아가는 혁신 기업에 투자하는 회사다. 최초 기술 중심의 얼리 스테이지에 투자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회의론이 짙었다. 그렇지만 우리가 세운 가설이 잘 맞아 들어가고 있다. 우리는 다른 VC와 출생이 다르다. 나는 과학기술자의 길을 따랐다. 창업하고 인텔에서 근무했고, VC를 차렸다. 그런데도 자본을 운용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 없다. 자본은 수단이다. 회사의 탄생을 지원하는 게 내 역할이다. 좋은 투자자는 돈을 수단으로 쓰는 사람이다. 과학에서 비롯된 미래의 변화를 선명하게 본다. 재무적 투자자보다는 창업자에 가깝고, 여의도 증권가 문법의 반대편에 서 있다.”그동안 기술 기업 투자를 외면했던 VC들도 정부 자금의 움직임에 따라 이 분야의 투자와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퓨처플레이는 경쟁 상황에 몰린 것이다. 류 대표는 “우리가 선구자였는데, 이제는 하나의 투자사로 남게 될 가능성도 생겼다”며 “LP(유동성 공급자)의 자금을 잘 운용해서 수수료를 받는 투자업이 아닌, 기술 기업의 존재 가치를 발굴하는 본질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LP들을 어떻게 설득하나.“기업가치 성장과 멀티플로 증명한다. 최초에는 뜻을 함께하는 엔젤 투자자들로 구성했다. 현재는 기업가치를 잘 이해하는 LP들이 참여한다. 매우 많은 LP로부터 콜드콜을 받고 있다.”창업자·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은.“기술 창업자가 시장·고객의 문제를 찾고, 제품을 디자인할 때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그에 맞는 논리를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엔지니어 출신이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접근하고, 최적의 방법을 찾는 틀을 제시한다. 창업자의 문제의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큰 문제를 푸는 게 좋다. 그래야 수익도 크다. 큰 문제는 고객의 고통이 많이 발생하는 곳에 있다. 고객의 고통은 곧 달러(자본)다. 창업자가 고객을 특정하고 자각하면 문제를 잘 풀어간다. 창업자는 돈을 받고 쓰일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내가 결과를 내도록 창업자를 밀어붙일 수는 없지만, 피드백을 용감하게 말하는 경우는 있다.”창업자와 기술, 어느 쪽을 중요하게 보나.“문제가 무엇인지부터 본다. 문제를 냉정하게 인식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으로써 기술이 적정한지 등을 따진다. 창업자의 문제 정의 능력을 본다. 문제 정의를 잘하려면 공감 능력이 있어야 한다. 고객의 고통을 이해하고, 고객을 확보해 나가는 것도 공감 능력이다. 기술력과 문제의식이 선명하며, 애정을 가진 팀은 망하지 않는다.” ━ 계열사 만들어 사업·자본 수익 창출 스타트업과 어떻게 협업하나.“망하는 팀의 이유는 문제를 못 정했거나, 믿음이 없어서다. 팀 구성원이 굳은 믿음을 갖고 끝까지 덤빌만한 문제를 찾아야 한다. 문제를 찾는 방식에 대해 많이 논의한다. 온·냉 배달 로봇을 만드는 스타트업이 있는데, 문제를 찾지 못하고 있기에 직접 물류업을 경험해 보라고 조언했다. 이에 전 팀원이 모든 종류의 물류 아르바이트를 3주간 체험하고, 비즈니스 방식을 찾았다. 직접 시장에서 겪어 보면 시장조사만으로는 찾을 수 없는 결과물을 얻게 된다.”VC로서 지향하는 브랜드가 있나.“브랜드는 지난 7년간 노력이 쌓아 올린 데 대한 대중의 인식이다. 대중들이 바라보는 교집합은 ‘혁신에 굉장히 용감하게 투자하는 회사’, ‘기술을 잘 이해하는 회사’로 꽤 선명해졌다. 우리는 단지 기술이 아닌, 10년 뒤 시장의 게임체인저를 찾는 것이다. 창업 시장에서는 미친 발상이 있으면 퓨처플레이를 찾아가 보란 얘기도 나온다. 대담하고 선 굵은 투자를 한다는 인식도 있다.”류 대표는 정부에도 한마디 했다. 정부 정책은 항상 후행하기 때문에 신생 VC라도 철학과 자기 색깔을 갖고 자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민간에 주도권을 더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모태펀드의 비중은 빠르게 줄고 있기 때문에 모태펀드 다음 단계로 올라가야 한다”며 “펀드 만기가 7~8년인데, 각 테마는 3~4년만 지나도 낡아질 만큼 시장은 역동적이다. TIPS가 잘 운용되듯 민간에 믿음 갖고 맡겨도 된다”고 강조했다.미래를 어떻게 예측하나.“대부분 사람이 못 보는 기술의 활용 가능성을 포착하는 것이 우리의 강점이다. 미래는 막연해 보이지만, 내다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우리가 현재 신기하게 바라보는 기술은 대부분 10~20년 전에 나왔다. 많은 기술이 도태되지만 어떤 기술은 살아남는다. 어떤 후보 기술에서 잭팟이 터질지는 사람들이 원하는 점과 기술적 조합으로 예측할 수 있다. 예컨대 뷰노의 경우 딥러닝이란 홈런을 칠 수 있는 기술이 있어, 돈과 생명을 다룸으로써 큰 이익을 낼 수 있는 의료·금융 중 한 분야를 선택하라고 조언했다.”손정의 회장과 투자 방식이 비슷하다.“통장의 크기가 다르다.(웃음) 올라웍스 시절 소프트뱅크가 우리 고객사였다. 비슷한 측면이 있다. 소프트뱅크는 사업과 자본 수익의 균형을 갖춘 좋은 예다. 현금흐름을 만드는 비즈니스가 있어야 안정적으로 투자업을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도 기술 발전에 맞물린 시장에 뛰어들 2개 자회사를 만들어 실험하고 있다. 뷰티·푸드·패션·부동산 분야에 관심이 있다. 빅마켓을 딥테크로 푸는 도전을 하고 있다.” ━ 창업자는 자신의 행복·욕망 명확히 정의해야 지주회사 체계를 지향하나.“지주회사든 자회사로 VC를 만들든 투자를 만드는 본질은 같다. 새로운 형태의 기업모델은 계속 고민 중이다. 현재로선 전통적 비즈니스 회사가 잉여자금을 창출하고, 균등한 비율로 투자회사가 활동하는 기업 형태가 없어 공부 중이다. 2022년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경영자로서 고민과 앞으로 계획은.“빠르게 성장하며 직원이 많이 늘었는데, 각각의 전문성과 문법이 달라 이를 융합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데 시간을 쓰고 있다. 설립 초기와는 달리 이제는 명확히 지향하는 바와 가치를 정하고 공유해야 한다. 임직원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고, 투자회사 대표들로부터 많이 배우고 있다. 직원 30명 규모의 스타트업 대표가 OKR(실리콘밸리의 성과관리기법)을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많이 자극받았다. 현재 목표는 큰일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창업자들에게 조언을 한다면.“행복하길 바란다. 회사를 행복 극대화의 도구로 써야지, 잡아먹혀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의 행복과 욕망을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나도 그것을 돕고 싶다.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하면 우리가 만들어줄 수도 없다. 어떤 VC·AC도 돈 달라고 하거나 망했다고 뭐라고 하지 않는다. 본인의 성취를 지향하길 바란다. 특히 엔지니어는 창업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생각한다. 머릿속 상상을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면 큰 성취를 내야 한다. 내 행복과 영향력·돈을 동조시켜야 한다. 남의 회사 주가가 오르는 걸 보고 일희일비하지 말고, 자기 회사의 주가를 극대화해 돈 버는 게 낫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2021.01.02 16:14

6분 소요
[경제단체 신년사는 왜 호소문이 됐나] ‘3%룰’ 등 규제 일변도 졸속입법에 기댈 곳 사라진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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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여당 체제 ‘규제 공세’ 지속… 야당마저 反대기업 2021년을 맞는 경제단체장들의 신년사는 ‘호소문’에 가까웠다. 규제 완화는 경제단체장들이 역설하는 단골 주제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 절박함의 차원이 다르다고 말한다. 2020년 연말을 강타한 무더기 기업규제 입법은 기업들을 ‘공포’로 밀어 넣었다.다른 법안은 차치하더라도, 감사위원 분리 선임과 다중대표소송제 등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에 대한 경영계의 우려가 심각하다. 특히 감사위원 분리 선임 과정에서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룰’이 불러올 파장은 공포에 가깝다.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의결권 제한’으로 상장기업이 해외 투기자본의 사냥감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경영계에선 이번 입법 과정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처리된 것이라고 보고 더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법안이 경제계에 미칠 중차대한 영향보다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졸속으로 처리되는 상황이 2021년에도 반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다. 재계에선 “상법 개정에 따른 시행령 제·개정 과정과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다른 규제 법안 처리 과정에서 만큼은 이번과 같은 졸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야 한다”고 호소한다. ━ ‘3%룰’에 ‘기업 사냥꾼’ 놀이터 될까 우려 이번에 경영계를 패닉으로 . 상법 개정의 핵심은 ‘감사위원 분리 선임’과 ‘3%룰’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틈이다. 소수주주의 권한을 강화한다는 목적으로 만들어낸 틈이지만 이를 파고드는 건 결국 외국계 헤지펀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개정된 상법은 기업이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감사위원 중 적어도 1명을 이사와 별도로 선출하도록 하고, 이 때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토록 했다. 상장사의 감사나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지배주주나 특수관계인이 가진 주식 중 3%만큼만 인정하겠다는 것이다.이전까진 의결권 제한이 없는 투표를 통해 선임된 이사 중에서 3%룰에 따라 감사위원을 선출하는 ‘일괄선출’제도에 의해 회사는 최소한의 안전망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런데 최대주주의 의결권이 제한받는 상황에서 감사위원 1명을 분리 선출하게 되면 투기자본이 활개를 칠 틈을 열어주는 게 된다. 회사의 장기적 발전방향과는 전혀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세력이 악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경영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기밀 유출’이다. 핵심 기술이 될 수도 있고, 경영활동의 핵심 내용일 수도 있다. 악의적 목적을 가진 감사위원이 우리나라 정부가 인정하는 ‘합법적’ 산업스파이가 된다는 얘기다.실제 미국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는 2019년 현대자동차 주총에서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수소전지부문 경쟁사라 할 수 있는 발라드파워시스템사 회장을 사외이사로 추천한 바 있다. 발라드파워시스템은 캐나다 회사로 분류되지만 최대주주는 중국의 웨이차이다. 결국 이 안건이 승인됐다면 현대차의 핵심 기술인 ‘수소전지’와 관련 정보들이 중국에 넘어갈 수 있었던 셈이다. 엘리엇은 현대모비스에도 중국 전기차 업체인 파르마 오토모티브의 최고경영자를 사외이사로 추천했다.당시 이 안건은 압도적인 표 차이로 사외이사 선임단계에서 부결됐는데, 만약 엘리엇이 현재 분리선임하는 감사위원으로 이 후보를 추천하고, 3%룰이 적용됐다면 승부는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펀드의 경우 지분을 원하는 대로 쪼개 자신의 지분을 온전히 활용할 수 있는데, 최대주주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 3%룰의 큰 맹점이다.헤지펀드의 공격은 법안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가시화되고 있다. 12월 14일 미국계 펀드 ‘화이트박스’가 LG그룹 지주사인 ㈜LG에 “LG그룹의 계열분리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것. 화이트박스는 엘리엇 출신인 사이먼 왁슬리가 이끄는 펀드로, ㈜LG의 지분 일부를 3년 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이는 전초전에 불과하다는 게 경영계의 시각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이번 상법 개정의 영향으로 기업들이 외부 주주가 내세우는 감사위원을 선임하게 될 가능성이 적어도 4.6배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 교수는 “혹자는 사외이사 한 명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하는 낭만적인 생각을 하는데, 이 한 명이 사사건건 자료 내 놓으라는 등 딴죽 걸기 시작하면 이사회는 산으로 가기 십상”이라고 우려했다. ━ 6개월 졸속 강행, ‘보완책 약속’ 안 지킨 당정 경제계에선 상법 시행령 제·개정 과정에서라도 이런 우려를 줄일 수 있는 시행령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최근의 규제 법안의 입법 움직임을 보면 경제계의 우려는 배제한 채 기업 규제 강화에만 속도를 낼 것이란 우려가 크다.코스피 상장기업 한 관계자는 “글로벌 산업의 패러다임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기에 우리나라 제조 기반 기업들은 리더십을 통해 투자와 재원을 집중하고 빠르게 미래의 성장을 도모해야 할 때인데, ‘경제민주화’라는 이상에 빠져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들이 난무하는 상황이 지속될 것 같아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다.실제 법무부의 상법 개정안은 입법 예고부터 국회 본회의 통과까지 불과 6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 같이 일사천리로 법 개정이 진행된 것은 당·정·청 차원의 밀어붙이기와 문재인 정부 ‘경제 인사’의 영향력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지난 20대 대선부터 ‘경제 민주화’를 주장했던 김종인 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영향력은 야당의 반대 동력도 무르게 만들었다.법무부는 2020년 6월 감사위원 분리선임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고, 여당은 입법 성과를 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21대 국회에서 여당 박용진 의원과 박주민 의원이 각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는데, 이에 대해 “여당 의원들이 정부안과 유사 법안을 중복 발의하면서 현 정부의 국정과제 추진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기업 규제법 통과를 위한 드라이브는 점차 더 강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월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공정경제3법 처리에 협력해 달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규제법의 조속 처리를 강조한 건 지지율 하락에 따른 레임덕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기업 규제 법안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과 같은 ‘정치법안’으로 취급하며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법 통과 과정에서 경제계는 예상되는 우려를 전달하는데 힘을 쏟았다. 10월 6일 한국경영자총연합회(경총)에서 열린 상법 개정안을 비롯한 기업규제 3법 간담회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외국의 헤지펀드가 한국기업을 노리도록 틈을 열어주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기업계의 우려를 듣고 보완할 것이 있으면 보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결국 보완책은 마련되지 않았다.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각각 3%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형식적인 ‘완화’에 나섰지만 이는 ‘언 발에 오줌 누기’ 조처에 불과하다는 게 경제계의 시각이다. 실제 개별 3%를 적용하더라도 현재 국내 대다수 시총 상위 기업 최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가 감사위원(사외이사) 선임시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은 한 자리 수에 불과하다.결국 의회에서 법안 통과는 일사천리였다. 여당 단독으로 법사위 법안소위 일정을 진행한데 이어 12월 8일 상법 개정안이 처리된 법사위 전체회의 마저도 여당 단독으로 이뤄졌다. 이런 가운데 야당은 사실상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 균형 사라진 국회, 야당마저 ‘재벌 규제’ 일변도 경제계 관계자는 “야당이 20대 국회 때처럼 총력 저지에 나섰더라면 현재 여당의 ‘일방통행’식의 법안 처리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야당의 저지가 없었던 건 2020년 9월 취임한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영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실제 김 위원장은 청와대 경제수석이던 1987년 개헌 당시 119조 2항에 ‘경제의 민주화’라는 개념을 반영한 장본인이다. 김 위원장은 2012년 펴낸 자신의 저서 에서 “(경제 민주화는) 지나친 탐욕을 억제해 특정 거대 경제세력이 시장을 지배하는 구조를 차단함으로써 시장 전체의 효율을 높이자는 것”이라고 기술한 바 있다.익명을 요구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한국 경제의 모든 문제의 책임을 재벌 기업으로 돌리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글로벌 스탠다드’만큼의 규제로 글로벌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전했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2021.01.02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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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살 ‘삼립호빵’이 올 겨울에도 뜨거운 까닭] 이색 굿즈 마케팅, 1020세대 사로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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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판매량 30% 증가하며 역대 최고 매출 기록 중 ‘“호빵 굿즈’ 사는 게 스벅(스타벅스) 굿즈만큼 어렵네.”올 겨울 SNS상에서 호빵 굿즈 상품이 인기다. 판매를 시작하면 몇 시간 만에 동 나고, 중고거래에서는 원가보다 2~3배 비싼 가격으로 팔리곤 한다. 쇼핑라이브에서는 실시간 판매 전부터 제품을 사기위해 네티즌들이 대기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 모습이 마치 인기 아이돌 콘서트의 티케팅 모습 같다고 ‘찜켓팅(호빵찜기+티켓팅)’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1971년 처음으로 호빵을 상품화한 원조 삼립호빵 굿즈 이야기다.호빵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굿즈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드물었다. 하지만 과거 브랜드를 최신 트렌드로 바꿔내며 1020세대를 겨냥한 마케팅 힘을 삼립호빵이 보여주고 있는 것. 삼립호빵은 지난해 10월 매출액이 2019년 동기 대비 10% 성장하며 역대 최고 월매출을 기록했다. 온라인 매출만 따지면 2019년 동월보다 30%나 상승했다. 삼립호빵의 2019년 매출은 1100억원이었는데, 2020년에는 이보다 1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 쇼핑라이브에서 3분만에 완판된 ‘호찜이’ 삼립호빵이 1020세대 공략을 위해 내세운 전략은 ‘굿즈(상품, goods)’ 출시다. 물론 굿즈는 호빵과 관련된 이색 제품으로 구성했다. 2014년 호빵처럼 동그란 볼을 지닌 오리 인형 호빵덕, 2019년에는 호빵 찜기 모양의 삼립호빵 가습기를 선보였던 삼립호빵은 2020년엔 호빵 1개만 찔 수 있는 1인용 찜기 ‘호찜이’를 내놨다. 이색 굿즈에 열광하는 1020세대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호찜이는 2020년 10월 ‘카카오 선물하기’에서 처음 판매됐는데, 준비했던 2만여개 제품이 1시간 만에 완판됐다. 이어 네이버 쇼핑라이브에서 3000여 개 제품이 3분 만에 팔리는 기록도 세웠다. 호찜이 가격은 호빵 제품과 함께 1만5900원으로 판매됐다.삼립호빵 마케팅 전략의 우선인 호찜이 개발은 기존 대형 호빵 찜기를 모티브로 했다. 대형 호빵 찜기는 삼립호빵 브랜드를 대표하는 헤리티지 요소다. 호빵 찜기는 호빵을 유통처에서 직접 쪄서 판매할 수 있도록 1972년에 개발됐다. 삼립호빵 상품마케팅 담당 안광미 대리는 “슈퍼마켓과 편의점 앞에 하얗고 따뜻한 증기를 내뿜는 ‘호빵 찜기’ 모습은 우리나라 겨울 풍경을 대표하는 이미지 중 하나”라며 “이 이미지를 1020세대에게도 전달하고자 대량 찜기를 닮은 ‘호찜이’ 제품을 기획했다”고 말했다.그러나 호찜이 개발은 쉽지 않았다. 찜기에 갓 찐 것과 같은 호빵 식감을 구현하기 위해 수십 번 테스트를 했다. 호찜이 안에 들어가야 하는 최적의 물 용량 등을 찾아내는 과정도 무척 어려웠다고 한다.또 삼립호빵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대놓고 광고하는 일명 ‘앞 광고’ 전략도 펼쳤다. 광고가 아닌 듯 홍보하는 일명 ‘뒷 광고’에 대한 반감이 큰 1020세대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삼립호빵은 오히려 대놓고 브랜드명을 노출하고, 광고 제품이라는 것도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로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뭐하니?’가 꼽힌다. 개그맨 유재석이 ‘환불원정대’의 뮤직비디오 제작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PPL을 받아왔다며, 삼립호빵을 직접적으로 소개하고 출연진이 함께 호빵을 먹는 장면은 큰 인기를 끌었다. tvN의 예능 프로그램 ‘신서유기’의 ‘아이슬란드 간 세끼’ 유튜브 영상에서도 개그맨 이수근과 가수 은지원이 삼립호빵을 들고 “광고주님 감사합니다~”라며 노골적으로 광고임을 표현해 시청자로부터 웃음을 자아냈다. 안 대리는 “신서유기에서 출연자들이 ‘CM송 제품 퀴즈’를 하며 삼립호빵의 CM송을 듣고, 브랜드 명을 맞추기 위해서 애쓰는 장면을 보고 이를 계기로 ‘대놓고 PPL’을 진행했다”고 말했다.또 다른 전략은 호빵 메뉴의 다양화다. 50년 동안 삼립호빵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단팥호빵’이다. ‘야채호빵’이 그 뒤를 이었다.하지만 삼립호빵은 매년 새롭게 뜨는 식음 트렌드를 반영한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피자호빵, 고구마호빵, 불닭호빵, 우유호빵, 버거호빵, 골든에그 호빵 등이 인기를 얻은 제품이다. 안 대리는 “신제품은 기존의 중장년층 소비자 외에 젊은 세대들까지 삼립호빵의 소비자로 끌어들이고 있다”면서 “삼립호빵이라는 브랜드에 계속해서 젊음과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2020년에는 신메뉴로 쎈불닭호빵, 쎈사천짜장호빵, 꿀씨앗호빵, 에그커스터드호빵, 멕시카나땡초치킨호빵 등을 선보였다. 또 50주년을 기념하는 한정판 제품으로 이천쌀 호빵과 공주밤호빵도 내놨다. 우리 농산물을 활용해 만든 이 두 제품은 2020년에만 선보였다. 현재 삼립호빵이 판매하고 있는 메뉴 종류는 총 21가지나 된다.호빵 메뉴가 매년 새롭게 바뀌자, SNS에서는 이를 활용한 이색 레시피가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다. 안 대리는 “최근엔 와플팬에 꿀씨앗호빵과 피자호빵을 구워먹으면 맛있다는 게시글이 화제”라며 “와플팬에 구워진 꿀시앗호빵은 잘 데워진 꿀과 견과류가 조화를 이루고, 피자호빵은 한 입 베어 물면 모짜렐라 치즈가 쭉 늘어져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젊은 감성에 맞춘 신메뉴들이 SNS에서 공유되는 장면들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 메뉴는 바뀌어도 크기·중량은 50년째 그대로 메뉴는 매년 새로워져도 50년 동안 한 결 같이 지키는 게 있다. 호빵을 상징하는 크기와 중량이다. 특히 1971년부터 출시한 단팥호빵과 야채호빵은 현재까지도 같은 크기로 90~95g을 유지하며 맛을 지켜오고 있다. 다만 식사 대용으로 출시한 만빵과 왕호빵은 예외적으로 기존 호빵보다 크기를 키워 120g이다.삼립호빵은 호빵 굿즈의 인기를 이어갈 행사를 계속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초부터 올해 1월까지 서울 강남대로 버스정류장에 온열 시트와 온풍기 등을 장착한 삼립호빵 찜기 모양의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안 대리는 “12월 21일에 삼립호빵 50주년을 기념하는 ‘삼립호빵 브랜드북’을 선보였고, ‘11번가’와 협업해 삼립호빵 담요와 쿠션 등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립호빵을 친숙하게 알릴 수 있는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펼치는 것이다.올해로 50살 된 삼립호빵 전략은 옛 것을 오늘의 트렌드와 접목시켜 향유하는 ‘뉴트로’ 문화와도 이어진다. 과거의 추억을 최신 접근 방식으로 재해석해, 현재의 삼립호빵까지 뜨겁게 데우고 있다는 평가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2021.01.02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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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돌아 다시 임대사업자 양성?] 공급 위해 규제완화·세제혜택, 실효성은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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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 이하 임대료 책정하면 주택도시기금 융자 혜택도 정부가 주택난 해결책 가운데 하나로 ‘건설 임대사업자 혜택 강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등록 임대사업자를 주택시장 가격 교란의 주범으로 해석하면서 민간 임대사업에 대한 혜택을 대폭 축소한 지 5개월 만이다. 대규모 주택 공급이 가능하겠느냐는 실효성 논란에, 결국 임대사업자 봐주기 아니냐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지난 12월 18일 정부는 ‘2021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주택 부족과 부동산 과열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 증 하나로 리츠·펀드를 통한 중산층 대상 건설 임대주택 공급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다. 공모 리츠나 펀드를 통해 모은 자금으로 임대주택을 짓고 10년 동안 임대사업을 하면 각종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기획재정부는 “(주택) 공급 순증효과가 있다”며 “이를 위해 건설임대사업자에 대한 종부세 합산배제 과세 기준을 완화했다”고 말했다. ━ 건설 임대사업자에게 혜택 제공, 규제 완화 ‘건설 임대사업자’는 아파트나 오피스텔, 빌라 등을 새로 지어 임대사업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미 지어놓은 집을 사들여 임대사업을 하는 ‘등록 임대사업자’와는 성격이 다르다. 기재부 설명처럼 건설 임대사업을 활성화하면 부동산 시장에 임대주택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정부가 혜택을 강화해 민간에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서울과 수도권에 아파트를 공급하기 위해 이 제도를 만들었다”고 밝혔다.이번 정책으로 건설 임대사업자에 대한 종부세 합산배제과세 기준이 완화됐다. 이전까지는 전용면적 149㎡ 이하, 공시가격 6억원 이하인 주택에 대해 혜택이 적용됐는데, 앞으로는 전용면적 149㎡ 이하, 공시가격 9억원(시가 약 13억원) 이하인 주택도 혜택을 볼 수 있다. 취득세 감면 요건도 사업 계획 승인 후 60일 이내 등록으로 완화했다. 또 리츠나 부동산 펀드도 임대사업자처럼 재산세 감면을 받을 수 있다. 그동안 리츠·부동산 펀드는 신탁 의무 때문에 임대사업을 해도 재산세 감면을 받지 못했는데 관련 규정을 고친 것이다.문제는 실효성 여부다. 정부의 의도대로 땅을 사들여 아파트를 짓고 임대로 내놓을 사업자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건설 임대주택은 10년의 의무 임대 기간을 지켜야 한다. 분양은 그 뒤에나 가능하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여러 세제 혜택 등이 제시됐지만, 사업을 한다면 따져봐야 할 게 많다. 분양 사업처럼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으며 집을 짓고 분양하면 바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과는 차이가 있다”며 “임대수익과 10년 뒤 분양 시장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기재부 관계자도 “이 정책을 통해 서울에 얼마나 많은 민간 임대 아파트가 공급될 수 있을지는 가늠하기 어렵다”고 했다. 민간에서 진행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예측이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공모 리츠나 펀드를 통해 건설 임대사업을 한 사례는 거의 불모지였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의 임대주택 건설공급현황 자료를 보면 2019년 기준 서울시에 공급된 건설 임대주택은 9만5158가구, 이 가운데 민간이 공급한 가구는 3880가구에 불과했다. 2018년에 민간에서 공급한 건설 임대주택은 ‘제로’였다.일각에서는 정부 정책의 모순을 지적하고 있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을 늘리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만약 펀드나 리츠가 건설 임대사업에 뛰어든다면 결국 부동산을 통해 장기적으로 돈을 벌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이는 ‘규제를 완화해 돈을 벌게 해줄 테니 임대사업을 하라’고 정부가 시그널을 줬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대로 돈이 안 된다면 사업자가 나오지 않을 텐데 결과가 어떻든 비판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 “과열됐다던 시세 용인하는 꼴” 비판도 시세 이하의 임대료로 공급하는 공모 리츠형 임대주택에 대해 주택도시기금 융자 혜택을 더 주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과거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급격한 (부동산) 가격 상승과 원상회복’에 대한 철학에 배치된다는 것이다.2020년 1월,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일부 지역은 정말 우리 서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만큼, 위화감을 느낄 만큼 급격한 가격 상승이 있었는데, 이는 원상회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될 때까지 노력을 기울이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약 1년 동안 부동산 시장에서 매매가격과 전·월세 가격은 더 올랐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서울 공동주택 실거래가지수는 2020년 1월 123.6에서 지난 10월 기준 140.9까지 상승했다.그런데 이번 정책에서 정부는 부동산 펀드나 공모형 리츠를 통해 건설 임대주택을 공급할 때 임대료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받으면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 건설자금 대출 이율을 0.2%포인트 인하해 준다고 밝혔다. 한국부동산원(한국감정원)이 평가한 주변 시세의 90~95% 임대료를 받는 사업자에게는 대출 이자를 줄여준다는 것이다. 가령 서울시 영등포구의 전용면적 84㎡ 수준인 아파트의 월평균 임대료가 200만원일 경우 건설임대사업자는 190만원만 받아도 혜택을 볼 수 있다. 이는 정부가 ‘현재 시세’를 인정한다는 뜻으로 대통령의 과거 발언과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민간 사업자가 진행해야 하는 사업인 만큼 시세대로 공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익이 남지 않으면 민간 사업자의 유인 요인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지금의 시세를 인정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했다. 그는 “건설임대 사업자가 지금 토지를 매입해 준공한다고 해도 빨라야 3~4년이 걸린다. 임대료는 그때 시세를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의 높아진 시세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2021.01.02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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